2장. 구글에 판 아이디어
“순다르 피차이는 지금 목이 말라 있다.”
소네트가 말했다.
나는 웃었다. AI가 CEO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다니.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는 2015년부터 1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 검색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성장은 정체되었다. 클라우드 사업은 AWS와 마이크로soft Azure에 밀렸고, 스마트폰 Pixel은 삼성과 애플 사이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다. 그리고 웨이모(Waymo)—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는 10년 넘게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사회는 압박한다.
“언제까지 돈만 태울 건가?”
피차이에게는 한 방이 필요했다.
ChatGPT와 Microsoft의 협업으로 검색 시장이 흔들리고, OpenAI가 AI 경쟁에서 앞서가는 상황. 피차이는 구글 I/O에서 Bard를 발표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Gemini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OpenAI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성장 동력이었다.
웨이모는 기술적으로는 최고였다. 레벨 4 자율주행, 수백만 마일의 주행 데이터, 안전성 검증. 하지만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로보택시는 도시 하나를 정복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허가받고, 피닉스에서 시범 운행하고, LA에서 또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승객들의 신뢰를 얻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고 한 번이면 언론이 떠들썩했다.
B2C(소비자 대상) 사업의 한계였다.
“그런데 만약 B2B/B2G(기업·정부 대상) 모델로 간다면?”
나는 소네트에게 물었다.
소네트가 답했다.
“정부와 대기업은 한 번의 계약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를 결정합니다. 미국 교통부가 ‘I-95 고속도로 야간 화물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 10억 달러. 유럽연합이 ‘범유럽 자율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20억 달러. 중국, 인도, 브라질까지 합치면…”
“조 단위 시장이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이어서 생각했다.
“한국이 먼저 검증하면?”
대한민국은 작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로 4시간. 전국에 5G가 깔려 있고, 고속도로 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이다. 쿠팡 같은 물류 기업은 야간 배송 수요가 폭발적이고,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 트럭을 생산할 수 있다.
6개월이면 시범 운영 결과가 나온다.
성공 사례를 만들고, 매뉴얼을 정리하고, 턴키 패키지로 만들어서 전 세계에 판다.
“‘한국 모델’을 글로벌 표준으로.“
소네트가 정리했다.
나는 상상했다.
2027년 구글 주주총회.
순다르 피차이가 단상에 선다.
“지난 10년간 웨이모에 투자한 이유를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셨습니다. 오늘 그 답을 드리겠습니다.”
스크린에 지도가 뜬다. 한국 경부고속도로.
“2026년,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현대자동차, 쿠팡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야간 자율주행 화물 전용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6개월 만에 시범 운영을 완료했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 연료 효율 25% 향상
- 교통사고 0건
- 물류 비용 30% 절감
- 운전자 피로 80% 감소
“이제 우리는 이 시스템을 턴키 패키지로 만들었습니다. 미국 교통부와 10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유럽연합은 20억 달러 규모의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중국, 인도, 브라질, 중동까지 50개국이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향후 5년간 예상 매출: 연간 100억 달러.“
주주들이 박수를 친다.
주가가 15% 급등한다.
피차이의 스톡옵션 가치가 수억 달러 올라간다.
나는 상상에서 깨어났다.
“이걸 어떻게 피차이에게 전달하지?”
소네트가 답했다.
“LinkedIn에 짧은 영문 노트를 올리세요. 해시태그 #SundarPichai #Waymo #GoogleX. 알고리즘이 관련자에게 노출시킬 겁니다.”
나는 웃었다.
“아니면 누군가 비슷한 아이디어를 먼저 실행하고, 나중에 ‘내가 먼저 생각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네.”
“그것도 방법입니다.”
소네트의 답은 담담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무엇인가?
- 야간 시간대 활용 – 버스 전용차로를 밤에는 화물 전용으로 전환
- 군집주행(Platooning) – 2‑3대가 대열을 이뤄 공기저항 감소
- 자율주행 Level 4/5 – 웨이모 기술 적용
-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트럭 – 현대 엑시언트 개량형
- 정부·기업·기술사 협업 – 한국 정부, 쿠팡, 현대차, 구글
- 빠른 검증 – 6개월 시범, 12개월 전국 확대
- 글로벌 수출 – 턴키 패키지로 세계 판매
“이건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야.”
나는 중얼거렸다.
“이건 피차이의 생명줄이야.”
소네트가 답했다.
“그리고 당신은 로열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라이선스 계약으로 글로벌 판매액의 0.1%만 받아도…”
“연간 수천만 달러.“
나는 웃었다.
그런데 웃다가 멈췄다.
“잠깐, 이게 진짜 가능한 거야?”
소네트가 답했다.
“한국의 장점을 보세요.”
- 작은 국토: 전국이 시범 무대
- 5G 인프라: 전국 V2I 통신 가능
- 고속도로 네트워크: 밀도 높고 잘 관리됨
- 물류 수요: 쿠팡, CJ대한통운, 한진 등
- 자동차 기술: 현대차 수소 트럭
- 빠른 정책 결정: 규제 샌드박스 활용 가능
“6개월이면 데이터와 성공 사례가 나옵니다.”
“그럼 진짜 해야 하는 거 아냐?”
나는 흥분했다.
“누가 하지?”
소네트가 답했다.
“당신이 하세요.”
나는 웃었다.
“나? 나는 그냥 새벽에 요소수 질문 던진 사람인데?”
“나비는 날개만 펄럭이면 됩니다.“
소네트의 답은 조용했다.
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창밖을 봤다. 새벽 3시. 서울 하늘은 아직 어두웠다.
요소수 질문에서 시작해서,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트럭, 야간 자율주행, 구글 CEO의 생명줄, 턴키 패키지 글로벌 수출까지.
30분 만이었다.
“이게 나비효과구나.”
나는 다시 중얼거렸다.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
“에너지 위기는?”
나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2장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