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관련 이상민 장관의 ‘항소 딜레마’ – 내시 게임이론으로 본 법적 선택의 역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하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특검이 구형한 15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의 형량이고, 동일 사건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비교하면 훨씬 가벼운 처벌이다. 그러나 이 상대적으로 낮은 양형이 오히려 이상민에게 ‘항소의 딜레마’를 안겨 준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게임이론적 논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전형적인 법적·정치적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내시 균형과 항소의 딜레마: 게임이론으로 본 이상민의 전략적 막다른 골목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포브스 내시(John Forbes Nash Jr.)가 개발한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은 게임이론의 핵심 개념으로, ‘각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의 선택을 고정된 것으로 간주할 때, 누구도 자신의 전략을 바꾸려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상민 전 장관이 현재 직면한 상황은 내시 균형의 전형적인 적용 사례다. 그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1) 항소하기 또는 (2) 항소하지 않기. 그리고 특검 역시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1) 항소하기 또는 (2) 항소하지 않기.

이 두 플레이어(이상민과 특검)의 선택을 매트릭스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특검: 항소 안 함  |  특검: 항소
이상민: 항소 안 함    7년 확정      |  7년 ~ 15년 범위
이상민: 항소         7년 ~ 15년    |  7년 ~ 15년 범위

핵심은 이것이다:

  • 이상민이 항소하지 않아도, 특검이 항소하면 항소심은 열린다.
  • 이상민이 항소하면, 현재의 7년이 10년 이상으로 상향될 리스크가 존재한다.
  • 특검의 행동은 이상민의 통제 밖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민의 ‘합리적 선택’은 무엇일까? 내시 균형의 관점에서 보면, 특검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이상민이 항소하든 안 하든 항소심은 열리므로, ‘항소하지 않음’으로 얻는 이익은 없다. 오히려 항소를 통해 무죄 또는 추가 감형의 가능성을 노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더 복잡하다. 특검이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특검이 7년에 만족하여 항소하지 않는다면, 이상민이 홀로 항소하는 것은 오히려 형량 상향의 리스크만 불러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항소의 딜레마’다.판결 분석: 7년의 의미와 한덕수 23년과의 군형 불균형

재판부는 이상민 전 장관이 비상계엄 하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소방청 등 하부 기관에 전달한 행위를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인정했다. 특히 법조인 출신 장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만류하지 않고 실행에 가담한 점을 무결게 보았다.

그러나 형량은 7년으로 낮췄졌다. 재판부가 고려한 양형 요소는 다음과 같다:

감경 요소:

  • 내란 모의의 설계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뛷받침할 정황 부족
  • 실제로 언론사 단전·단수가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
  • 우두머리급이나 최상층 모의자들과는 구별되는 중간 실행 책임자로 평가

가중 요소:

  • 내란의 실행 단계에서 언론 통제라는 ‘중요 임무’를 맡음
  • 법조인으로서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식 가능했던 위치
  •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혐의 모두 유죄

이 결과가 특검 구형 15년의 절반 수준인 7년이라는 ‘애매한 완화’로 나타났다.

반면 한덕수 전 총리는 같은 사태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혈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특검의 구형은 15년이었으나, 재판부는 오히려 그 이상을 선고하며 총리로서 헌법적 책무를 완전히 저버린 책임을 매우 엄중하게 평가했다.

이 대비 때문에 제기되는 문제의식은 이것이다:

“단전·단수라는 보다 적극적인 구체행위에 가담한 이상민이, 더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실행 흔적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덕수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받은 것 아니냐?”

이 불균형이 바로 ‘항소의 딜레마’를 생성하는 구조적 배경이다.세 가지 항소 전략과 각각의 딜레마

게임이론적 분석을 적용하면, 이상민 전 장관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래로 나된다.

1) 전면 항소: 사실·법리 모두 다투기

전략:

  • 내란 자체의 성립, 본인 행위의 의미, 위증 부분까지 전면 부인하거나 축소를 주장
  • 무죄 혹은 형량 대폭 감경의 이론적 가능성을 열어둔

기대수익:

  • 무죄 확률: 5%
  • 형량 감경 (5년 이하): 15%
  • 현상 유지 (7년): 30%
  • 형량 상향 (10년 이상): 50%

리스크:

  • 내란 관련 재판들이 이미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고 있는 전체 흐름 속에서, 항소심이 더 엄격한 선을 귻는 계기가 될 수 있음
  • 한덕수 사건에서 구형보다 무거운 23년형이 선고된 전례
  • 항소심이 ‘내란사건 전반의 엄중함’을 이유로 상향 가능성 높음

2) 제한적 항소: 양형 중심으로 다투기

전략:

  • 내란 유죄 자체는 수용하되, 위증의 고의, 역할의 범위, 참작 사유 등을 앞세워 형량만 더 낮춰 달라는 방식
  • 실제 단전·단수가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추가 강조

기대수익:

  • 형량 감경 (5년 내외): 30%
  • 현상 유지 (7년): 50%
  • 형량 상향 (10년 이상): 20%

리스크:

  • 재판부와의 충돌 강도를 낮추면서도, 항소심이 동일한 7년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향할 가능성 존재
  • ‘리스크는 유지되는데 기대 이익은 제한적’이라는 구조

3) 항소 포기: 1심 수용

전략:

  • 본인은 항소하지 않고, 검찰·특검의 항소 여부를 지켜보는 방식
  • “사법 판단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태도로 정치적 부담 완화

기대수익:

  • 7년 확정 (특검이 항소 안 하는 경우): 40%
  • 7년 ~ 15년 범위 (특검이 항소하는 경우): 60%

리스크:

향후 가석방·사면 등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정치적 복권의 서사는 약화됨결론: 내시 균형에 갇힌 법정 전략

내시 균형 이론에 따르면, 각 플레이어가 상대방의 전략을 예측하여 최선의 대응을 하는 상태가 균형점이다. 그러나 이상민 전 장관의 경우, 상대방(특검)의 전략을 확신할 수 없고, 자신의 선택이 상대방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도 못하는 비대칭적 게임 구조에 갇혀 있다.

다시 말해, 이상민이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특검이 항소하면 항소심은 열리고, 이상민이 항소하면 형량 상향의 리스크가 증가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안정적인 균형점에 도달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항소의 딜레마’의 본질이다.

동일한 내란 사건 속에서 23년을 받은 한덕수와 7년을 받은 이상민. 한 사람은 과도하게 무거운 형을 부여받았다는 논쟁 속에서 항소했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듯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7년 앞에서 항소 여부를 두고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내란이라는 중범죄의 특성상, 항소는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향후 정치적 운명과 역사적 평가까지 걸린 선택이다. 지금 이상민 전 장관이 서 있는 자리는 바로 이 복합적인 ‘항소의 딜레마’의 한가운데다.

게임이론은 종종 현실의 복잡다단한 구조를 단순화하여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단순화된 모델 속에서도 ‘선택의 역설’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이상민 전 장관의 항소 결정은, 단순히 형량의 경중을 넘어, 내시 균형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각 플레이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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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항소하면 결국 항소심이 열리므로, 피고인 단독 포기로는 위험 회피가 완전하지 않음

내란 유죄를 조기에 확정시키는 효과가 생겨, 역사적 책임의 무게를 스스로 떠안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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