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계의 전설, 배우 윤석화를 추모하며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 불꽃처럼 살다 간 배우

2025년 12월 19일, 한국 연극계의 거볱 윤석화 배우가 3년여간의 뇌종양 투병 끝에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연극 무대에 인생을 바친 50년

1956년 1월 16일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민중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다.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에 입학했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1년 만에 자퇴하고 무대를 선택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는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상징이었다.

1983년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후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다. ‘아그네스’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1990년대에는 연극 ‘딱에게 보내는 편지’, ‘덕혜옹주’, 뮔지컬 ‘명성황후’ 등 역사 인물을 다룬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훌릉한 연기를 펼쳤다.

1998년에는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마스터 클래스’로 그 해 최연소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1년에는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하여 연극 ‘여행의 끝’을 공동 제작하며 웨스트엔드 최초의 한국인 공연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닭뼈가 썩어 가는 냄새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산화”였다. 모든 식물과 동물, 모든 생명들은 결국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삶이고, 동시에 생명의 주기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다재다능한 예술가로서의 삶

윤석화는 단순히 배우에만 머물지 않았다.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했으며, 1994년부터는 돌꽃컴퍼니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로서 공연 제작자로도 일했다. 1995년 만화 영화 ‘홍길동’을 기획, 각본, 제작, 주연하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는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하여 발행인으로 활동했으며, 2002년부터 2019년까지는 설치극장 정미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연극계의 발전과 후진 양성을 위해 끊임없이 헌신했다.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1987년 영화 ‘레테의 연가’, 2011년 ‘봄, 눈’ 등에 출연했으며, 2017년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2018년 KBS2 ‘우리가 만난 기적’, 2019년 tvN ‘날 녹여주오’, 2021년 SBS ‘펜트하우스 3’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과도 소통했다.

산소는 삶의 시작에 필요하지만, 동시에 삶의 해체에도 끝까지 관여한다. 산소를 들이마시며 살던 몸은, 죽음과 동시에 더 완전히 산소와 결합할 준비를 한다. 살아 있을 때의 세포 호흡이 미세한 산화라면, 죽은 이후의 부패는 거대한 산화다. 그리고 그 산화의 긴 과정 끝에서, 많은 것들은 검은색으로 변해 간다.aggie-horticulture.tamu+1​

마지막까지 태우다 간 무대

2022년 10월 영국 공연 중 쓰러졌던 윤석화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서울에서 세 차례 큰 수술을 받으며 3년여간 투병 생활을 했다. 2023년 연극 ‘토카다’가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되었다.

그는 투병 사실을 공개한 후에도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남기며 항암 치료 대신 자연 요법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되어 2025년 12월 19일 오전 9시 54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그는 불꽃처럼 무대에서 타올랐다. 자신의 이름이 ‘돌꽃’이라는 뜻을 담은 것처럼, 그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국 연극계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물도, 음식도, 닭뼈도, 내가 최근에 본 많은 것들은 산화하면서 검은색으로 변해 갔다. 어제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오늘은 심장에 무리가 온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서울은 비가 온다고 했지만, 내가 있는 이곳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 묘하게도, 공기가 마른 날일수록 몸속의 불안과 산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영원한 이별, 그리고 기억

윤석화는 단순한 배우를 넘어 한국 연극계의 상징이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대에 헌신하며 수많은 후배 배우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의 열정과 헌신은 연극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귀감이었다.

‘신의 아그네스’, ‘마스터 클래스’, ‘명성황후’, ‘딱에게 보내는 편지’, ‘덕혜옹주’ – 그가 남긴 작품들은 한국 연극사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그의 열정과 재능, 그리고 무대에 대한 사랑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의 예술혼은 영원히 무대 위에서 빛날 것이다.

한편, 우리가 온라인 상에 뿌려 놓은 텍스트와 이미지, 말의 조각들도 있다. 그것들은 씨앗처럼 뿌려져서, 지워지거나, 지워지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 곰팡이처럼 번지거나 사라지거나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영양분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 뿌려진 씨앗이 완전히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닭뼈가 봉지 안에서 산소와 싸우며, 혹은 산소를 받아들이며 천천히 검게 변하듯, 온라인에 남겨진 문장들도 각자의 속도로 변색된다.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의도와 색을 잃고, 전혀 다른 맥락과 해석으로 덮여 버리기도 한다. 그 위에 새로운 말과 이미지가 쌓이며, 마치 곰팡이의 층처럼, 이전의 흔적을 가리고 또 가린다.

산화하는 것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생명이 시작되면서 산소를 필요로 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동시에 그 생명을 해체하여 자연의 순환으로 돌려보내려는 준비 역시 시작된다. 삶과 죽음, 생성과 해체는 서로 다른 방향이 아니라, 같은 산소의 흐름 위에 놓인 앞면과 뒷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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